칼럼니스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이름난 김서령이 개성 넘치는 18인의 집을 다녀왔다. 이미 10년 전부터 줄곧 “집이 곧 사람이다”라고 외치고 다닌 덕에 이런저런 집 구경을 꽤 다녔다.
들어가는 글
하나。 집, 아름다움에 떨리는 화가 서용의 양평 집 둔황敦煌 연가戀歌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의 판교 집 아름다움의 끝은 어디인가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한남동 ‘차이’ 헐렁한 집과 파격의 옷 전방위 예술가 문순우의 안성 ‘고칠현삼’ 낡고 오래된 물건을 향한 편애
둘。 집, 기품이 넘치는 화가 전성우의 성북동 집 거기, 마음 속 깊은 닻 수월당 이미령의 안동 ‘탁청정’ 세월의 두께 속에 반지르르한 살림살이 선비 권오춘의 양평 ‘초은당’ 한옥에 앉아 있으니 춤추고 싶어라 학고재 대표 우찬규의 팔판동 ‘삼호당’ 탐매와 문향과 매화음이 넘나드는 곳
셋。 집, 새로움에 홀리는 조각가 박상희의 팔판동 집 등마다 불이 켜지면 전혀 다른 풍경인 것을 시인·건축가 함성호의 일산 ‘소소재’ 고래 뱃속을 타고 바람이 넘나드는 곳 인도학자 이옥순의 평창동 집 텅 빈 거실서 찾은 인도 향기 국어선생 송승훈의 남양주 ‘잔서완석루’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 띵굴마님 이혜선의 남양주 ‘그곳에 그집’ “난 살림이 좋아요”
넷。 집, 자연에 끌리는 화가 박대성의 경주 ‘묵은당’과 ‘통천옥’ 먹 속에 숨은 집과 하늘로 뚫린 감옥 도예가 김형규의 장성 ‘백우헌’ 저 너머 설산의 흰 소가 달항아리 빚는 곳 건축가 김원의 옥인동 집 비 갠 후 인왕산의 산색이 들어오는 출판인 조상호의 광릉 집 창밖 나무들의 사계가 온통 눈앞에서 흔들리고 건축가 정현화의 역삼동 ‘필당’ 모든 방은 자기만의 밖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