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2013)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김종해의 열한 번째 시집. 삶과 죽음의 순환하는 모습이 섬세하며 견고한 언어로 잘 그려져 있다.
1. 천년 석불을 보다 천년 석불을 보다 모두 허공이야 인왕산 수성동 계곡 새 한 마리 봄날 열흘 봄이 눈앞이다 장례식날 아침 매미로 우화하다 유리창에 번지다 마포의 은행나무 폴리시아스를 보다 가을 어느 날 나라 안이 상중喪中이라
2. 잘 가라, 아우 아직 헤어질 시간이 아니야 ‘하느님은 나의 빽’ 화살을 쏘다 사랑해요, 하느님! 따뜻한 점심밥 잘 가라, 아우 호스피스 병동 아우가 이사를 했다 아우여, 사랑해! 밀잠자리 한 마리 가을 저녁 여섯시에서 일곱시
3. 수평선과 싸웠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의 박수 소리 테헤란, 오아시스를 보다 조 장鳥葬 이맘 모스크에서 서정시인 허페즈의 무덤을 밤에 찾아가다 한 병의 술 쏭 강에서 삼천포에 가면 누구나 나그네가 아니다 수평선과 싸웠다 제주도 ‘시인의 집’에서 자월도에 가서 파도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