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작가의 말
#1
마음의 끈이 닿은 그곳
생을 긋고 간 칼날
길에서 만난 노래
그 겨울의 눈길
울도 담도 없는 길
횡단보도 건너기
꽃 한 송이 꺾어주던 그 여자애
사롱처럼 부드럽던 발리 섬의 어떤 마음
사할린에서 만난 노래들
내 귀는 소라 껍질
전쟁을 겪은 도시에서, 잠깐
치앙마이에 두고 온 신발 한 켤레
소소한 기억으로 채우는 여행 가방
느린 걸음이 가져다주는 것들
#2
그해, 벌판에 내리던 눈
오늘의 용사들
생의 어느 봄날
그 길모퉁이들
빈 벽을 바라보며
정성이 담긴 음식
봄은 고양이로다
냄새에서 향기로
꽃밭에는 꽃들이
자전거에 오르기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
지는 놀을 함께 바라보고 싶어
청년 B에게
마음이 피운 꽃망울들
#3
고마워하고 미안해해도 되는데
옛것과 새것의 공존으로
정겨운 풍경에 도사린 것은
길이 들려준 이야기들
삼십 년쯤 뒤에 돌아보면
꽃집 문턱을 넘으며
그저 사람 노릇만으로
문화란 무엇인가
사랑의 슬픔
텃밭이 가르쳐준 것들
‘겨울 골짜기’에서 그리는 손
아이들, 나의 스승 1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흐린 날이면 동물원에 가야 한다
그대 뒷모습
#4
아이들, 나의 스승 2
당신이 뽑아 간 그 나무의 이름은
오래된 폭력의 금단 현상
그게 나일 수도 있는데
내 마음의 바퀴벌레
어느 소녀를 위한 기도
지난 일이라고?
관계를 느낀다는 것
그 뜨겁던 여름 산사
숙성하는 과일주처럼
밥 잘 먹자
봄비 내리는 어느 오후
주름진 얼굴의 미소처럼 친근하게
온기 나누는 겨울을 꿈꾸며
쓸모 있는 곳에서 꽃피우는 노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