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경인연(東京因緣)에 대하여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깨닫는다. 그 시절 그곳 그 인연은 그저 추억의 한 자락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완성해주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기도 한다.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이은주는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와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에 이은 세 번째 에세이 『동경인연』에서 삶의 큰 강을 건널 용기를 주었던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열어 보인다. 그 속에는 문학이 있었고, 열정과 우정이 있었고, 배려와 사랑이, 사람들이 있었다. 이은주의 청춘의 키워드는 문학과 일본이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주저앉지 않고 도전정신으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동경의 오치아이 4조반 다다미방을 거처로 삼고,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에서 문학가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가난한 유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건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낯선 언어,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닥치는 대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가면 빈방의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이은주의 20대는 재능에 대한 회의,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닥친 경제적 곤란까지 더해져서 청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신에 지구의 무게를 견뎌야만 했다. 이러한 청춘의 한 시절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힘을 준 구원의 손길은 문학의 힘과 인연의 위로에서 온다. 우리에게 일본인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나누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른 것이었고,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온기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청춘에 대한 애도일기이자 청춘송가인 『동경인연』은 막연한 편견에 가로막힌 일본인에 대한 마음을 문학의 이름으로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상황과 감정선에 대한 적확한 문장들로 별처럼 반짝이는 인연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