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기록한 고은의 일기. 이미 몇 해 전 「문학사상」 등에 그 일부가 연재되면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에 '불나비의 기록'으로 연재된 일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된 70년대 일기를 한 권으로 정리했다.
목차
어젯밤 바람에, 어젯밤 비에│책머리에 부치는 글
1973 문학 쓰디쓴 것이기를 나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그들의 죽음 뒤에 살아남았다 내생에는 역사가가 될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태극기가 없다 한세상 살다 그렇게 갈 것인가 술은 말이 없어서 좋다 정치란 개가 짖어대는 정직성도 없다 나는 왜 고개를 끄덕일 줄 모르는가
1974 다시 이곳에 오지 마시오 희망이 없어진 곳에는 자유가 없다 어디에도 마음 열 곳이 없는 시대다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었다 남산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 작가는 행복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나는 나의 헌법을 제정하련다 육영수 죽은 날 나는 고독했다 예술은 때때로 직설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나는 거리에 있을 것이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라는 이름이 되었다 백지광고야말로 시대의 절경이구나
1975 나는 빛의 자식인가, 어둠의 아비인가 유신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때는 박도 없고 나도 없을 것이다 새벽 인혁당 8인 형이 집행되었다 긴급조치 9호야 오라!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 눈 감으면 끝장이다 시는 자유다 돌베개 전설의 주인공이 세상을 마치다 예술가는 거지이고 정치인은 도둑이리라 나는 나의 절망이다 시대에 지치고 다시 시대에 깨어난다 시꺼먼 환상이라도 그것을 붙들고 있을 것이다
1976 지금 나의 침묵조차 천박한 것이다 백수白手의 탄식 시인 선생! 지금 일어날 때요 하수상한 세월이 나를 취하게 하는도다 너희들의 청춘 그대로 돌이 되거라 내 마음속은 사막이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도, 함께 가자 했다 폭우! 홍수! 퍼부어라 쏟아져라 바오로야 잘 가거라 거대한 독재체제에 공허한 덕담을 던지다 통일은 역사가 아니고 생활이다 눈보라 치는 벌판의 청년, 그것이 나이다
1977 나의 시는 멀고 먼 누구의 시다 울음의 자식이 내 운명이다 하늘은 하늘이고 꽃은 꽃이다 추모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단식 21일기│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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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우아한 수다: '지천명'에 얽매이지 않는 오직 나를 위한 시간: 홍선희 산문집2022 / 홍선희 지음 / 책엔(정한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