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새벽 산 정상에
그는 잿빛 털가죽을
그리운 골목
듬성듬성 털 빠진 야생 고양이
새
처음에는 어린 아이
낡은 벙거지 눈썹 아래까지
한밤중 처량한 고함소리
바로 눈앞에서
전언
잃어버린 빵
다리 심하게 절면서도
바닷가 벼랑 끝
물고기 떼처럼 바람이
등대
제2부
문득 언제인지
대형 상가 카페 귀퉁이에
누워 있다 벌떡 일어난
독한 얼룩
누더기 걸친 사내 옆에
청춘의 배낭끈은
장독대 모퉁이에서
이렇게 앉아 물 위를
목련
벚꽃
가게 앞길은 분주했다
아스팔트 패인 자리에
무덤 앞 붉은 왕 벚꽃나무
한 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쌓인다 쌓여간다
제3부
어둠이 몰려오자
김춘수처럼
어미여우가 눈 푹푹 빠지는
가을 구름이
그믐달 1
그믐달 2
그믐달 3
입영열차
비가 양쪽 골짜기 가득
안내 방송하는 기관사처럼
새벽 컴컴한 지하역
동네교회 모퉁이
허름한 골목길 낡은 앰프
새 한 마리 물위에
제4부
늘 남드로가 다른 쪽으로
후두둑 비가
망초 꽃들이 무리지어
길을 간다
폐수에 엎으려 있던 오후는
캐빈하우스 탁자 위
흔들린다 누군가
두 손으로 조작 가능한 수단은
다듬어진 황동, 스텐의 기억들이
이미 정자에는
길을 빠르게 돌아
지퍼 떨어진 동전지갑을
해바라기와 낫 독과
열차 들어선다
길가에 가득 쌓여 널브러져 있는
하얀 기억들
금기웅의 시세계 / 주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