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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만에 열어보는 미군의 북한 노획 편지함. 이 책에 실린 편지는 대부분 1950년에 쓰인 것들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또는 직후이다. 인민군대에 간 남편에게 곧 면회를 가겠다며 쓴 편지, 폭격이 쏟아지는 와중에 살아 있다는 소식만을 긴급하게 휘갈겨 쓴 편지 등 갖가지 사연을 담은 편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편지를 보낸 지 62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신인에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목차![책소개 펼치기/닫기 화살표](/images/uce/commmon/downArrow.svg)
들어가며 - 편지 더미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
1부 - 자식을 서이나 전선에 보낸 우리 어머님
칠월이 닥쳐오면 면회를 가겠으니
요사이 고등어도 나고 하니까 내가 벌어서라도
절대 비밀로 당신에게 긴급한 소식을
고향은 지금 추수철, 매우 분주합니다
후방 일은 생각지 말라, 후방에는 내가 있다
집에 갈래야 갈 수가 없습니다
도랑크 안에 흰 내복 있겠으나
자식을 서이나 전선에 보낸 우리 어머님
형님이시여, 종국적 승리를 위하여
수일 간 준비하여 내가 가겠소
높은 베개에 고기가 멀미 나고 쌀밥이 싫어
충주군 인민위원회 서기장의 편지를 받으니
들떠올 적에 입은 옷밖에 없으니
입대하니 그리 알어라. 답장하지 말고 면회 오지 말어라
나의 가장 사랑하고 친애하는
할 말은 청천강이 흘러가도록 많사오나
아버님, 1천 원 송금 증서를 보내오니
汝(여)의 手書(수서)를 引見(인견)하니
당신의 배급은 다 제가 타고 있습니다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길러주시우
어떻든 아이들 목숨만 붙어놔주시요
발싸게, 난닝구, 반소데 삿쯔를 속히 가지고 와주시길
2부 - 내가 떠나와 있을망정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오래비 네 덕택으로 배급을 타 먹는다
물건 아까워하지 말고 속히 피난하오
동리도 편안함, 눈고개에 폭탄이 떨어졌음
내무서에서 내게 체포장을 내겠답니다
끗트로 악쓰 키수
사람을 아프게 해도 어찌 이토록 아프게 합니까
가물기는 하였어도 종자는 다 잘되었다
이곳에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으니
편지만 하면 즉시 오는지라
쌀은 마질하고 다 계산 보았습니다
네 면회 갔다 와 일주일 만에 부친님이 낙상을 하여
밤새고 새벽 세 시에 아무도 모르게 씁니다
내가 떠나와 있을망정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한 시간 전 어머니는 걸어서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우수수 낙엽 떨어지는 가을 밤에
고향에 돌아올 때는 이 편지를 꼭 품 안에 넣고
서울에서 입대할 때는 편지 한 장 올리지 못했고
어머니, 쌀 한 되가 무어란 말이요?
군당회의에 간 줄 알았는데 입대되었다 하니
아버지, 이것은 비밀입니다
아이들과 의복을 두텁게 입으시오
놀라지 말아라, 아버지는 공습에 그만 세상을……
고급 양복천을 많이 사 오시오
3부 - 봉견하라, 회답하라, 고대한다
도무지 한마디도 깨달아 알 수가 없으니
토끼 두 마리, 돼지 두 마리 모두 데리고 큰집에 와 있다
왜 학교에 안 다니느냐,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공습으로 두 번이나 구사일생했습니다
이 험하고 분분한 세월에
그날 전차 타고 가보았던 달빛 아래 모란봉
인민군 아저씨 앞
마음만 애달프다, 어쩔 수 없구나
모스크바 항공학교로 공부하러 갑니다
아무 말 없이 떠나 죄송합니다
여기에도 우체국 있어 돈을 보내실 수 있으니
의용군 대열에 뭉치어 찾아온 북반부에서
편지를 두 번 했는데, 갔는지?
부민관에서 뵈었던, 피아노 학생이올시다
폭격의 불덩이에서 튀어나와
동리 청년들은 다 군대에 나가고
앞이 깜깜하여 기가 막힙니다
배급 쌀 절대로 팔지 마세요
알리지도 못하고 떠나온 이 언니를 용서하라
내복 입고 가라는 것을 그냥 왔더라면
봉견하라, 회답하라, 고대한다
결혼 날짜 받아놨다
다시 서울 가시면 그 이화대학생에게 안부라도
또 다른 편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