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르바로싸(Barbarossa) : 중앙집단군 1941.6-12』는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여 모스크바 문턱까지 도달했다가 그해 12월 5일 소련군의 반격을 받아 패퇴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독일군은 수개월 내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진 소연방을 정복하기 위해 북방, 중앙, 남방, 3개 집단군을 동원하였으며, 그중 모스크바 정면을 담당한 중앙집단군이 전개한 일련의 전투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물량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했던 역사적 비극의 장이었다. 이 책은 그간 국내에서 출판되거나 번역된 독소전쟁의 개괄서를 넘어 약 6개월 동안에 걸쳐 진행된 전투의 배경과 구체 경과 및 결과를 거의 일일 단위로 집필한 초유의 시도로서 독일과 미국의 아카이브에 수록된 독일군의 1차 자료를 광범위하게 인용하였다. 1941년의 바르바로싸는 결국 2차 세계대전의 지구적 확장과 종결의 근원적인 계기를 부여했던 독소전의 시발을 알리는 대전투로서 일단 그 어떤 전쟁보다 거대한 양적 규모를 현시했다. 즉 1941년의 바르바로싸의 실패는 전쟁이 그로부터 4년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독일의 최종 패망을 초래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41년 이후 독일군은 더 이상 그와 같은 병력을 동원할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바르바로싸의 비중은 실로 지대하다. 1942년 스탈린그라드의 참사를 야기하게 된 청색작전(Operation Blau)이나 43년 사상 최대의 기갑전을 유발한 성채작전(Operation Zitadelle) 그 어떤 것도 41년 바르바로싸의 규모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본서는 그토록 거대한 전장을 창출했던 독일군의 실패 원인을 ① 병참의 구조적 한계와 ② 인종주의적 세계관으로 왜곡된 히틀러의 변덕스런 군사적 개입, 그리고 이미 서방전역에서 대승을 거두었던 ③ 독일군의 근저를 알 수 없는 자만과 과욕으로 정리하고, 개개의 국면에서 이루어진 결정이 어떠한 군사적 섭리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근거하고 있는가를 분석하면서 히틀러의 독일군이 범한 전략과 작전술, 전술간의 착종관계를 근원적으로 해명했다. 중앙집단군 전구는 구데리안과 호트의 장갑집단이 주역을 맡았던 1941년 전장의 가장 핵심부이지만 그해 9월에 남부전선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의 키에프 포위전에서도 구데리안 장갑집단이 참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본서에서는 중앙집단군 전구가 아님에도 이 대회전까지를 아울러 수록하였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무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