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만화로 읽는 프랑스 문학의 고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화로 재창조한, 만화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리즈의 일곱번째 책이 출간됐다. 돌이켜 보면 여섯번째 권이 나온 때로부터 육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오랜 기다림에 독자들이 지칠 만도 하다. 하지만 첫 책이 출간될 때 검은 머리였던 만화가가 어느새 백발이 되었고, 스무 해 넘는 세월을 견디며 천천히 계속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놀라움과 고마움도 역시 갖게 된다. 프랑스 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난해한 문장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고 혼재되어 있어 연구자들도 제대로 읽어내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책 앞에서 우울함에 빠질 무렵 이 대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 등장했으니,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화’로 부활시킨 일이다. 그 주인공은 프루스트의 작품 세계에 매료되어 만화가의 길로 뛰어든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외에로, 실제 그는 만화화 작업을 시작할 당시 소극적이었던 기대와 달리 세계 곳곳의 독자들이 더욱 쉽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다가가고 있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외에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 전체를 열네 번이나 정독했고, 이야기체 감각을 보여줄 문장들을 점차적으로 골라냈다”(『선데이 타임스』)고 한다. 또한 그는 삽화를 위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리를 돌아다니며 건축물들을 비롯한 풍경을 스케치했는데, 이에 대해 『르 피가로스코프』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속 장소를 재구성해 독자들을 그 안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권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흐른 까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설의 만화화 과정이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도 ‘생략’에 있으며 “소설에서 생략할 부분을 고르는 과정이 제일 오래 걸리는데, 왜냐하면 모든 부분이 좋기 때문이다.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아름다운 문장들이 희생되는 점이 종종 안타까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시각언어로 재탄생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한국어판은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1999)를 시작으로 그동안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2000),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2002),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I』(2007),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II』(2009), 『스완네 집 쪽으로-고장의 이름: 이름』(2014)이 출간됐다. 이번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I』를 포함해 이십일 년 동안 일곱 권이 출간되었고, 처음 열두 권으로 계획되었다가 중간에 열일곱 권으로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앞으로의 여정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아무튼 그 사이 만화가의 삽화가 더욱 섬세해졌으며, 원작 소설의 만화화 과정은 점차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다.이 만화본 제7권은 원작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구성하는 총 일곱 권 중 두번째 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의 제1부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원작 소설의 순서로 보면 다섯번째 권이어야 하는데, 만화가가 선택한 순서에 의해 일곱번째로 출간되었다. 원래는 이 다음으로 이어져야 했을 「고장의 이름: 고장」이 만화본 제2권과 제3권으로 이미 소개되었으니, 이번 권과 더불어 앞으로 출간될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의 후반부를 읽음으로써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권이 비로소 완성된다. 엉킨 순서로 인해 읽을 때에 조금 혼란을 느낄 수 있지만, 원작 소설 자체의 주관적인 시간성을 고려해 본다면 반드시 순서에 맞게 읽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