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107권. 이수정 시집.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장장 17년이라는 장고 끝에 첫 시집을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낯설거나 거친 언어가 아니라 오래도록 다듬은 자갈처럼 매끄러운 빛을 내는 맑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심해에 내리는 눈 달이 뜨고 진다고 별의 심장이었던, 시계 악기 벌레 심장 벼루 음지식물 히말라야를 넘어야 하는 마지막 밤 일그러진 하루 북풍 속에서의 잠 적막한 음계 어떤 저녁 가을 벚나무 세수 저물녘의 고유 진동수 꽃 지다 키 작은 사람들의 가을 종 집이 나를 밀어낸다 억새 바다는 보이지 않고 겨울 아침에 마른 날의 꿈 비곗덩어리 아스피린 먹는 사람 열쇠공을 위하여 시계가 소리도 없이 희고 긴 이빨을 가진, 재밌는 것은 무거우니까 서랍을 봉함 먼지다듬이만이 기억했다 기억의 DNA는 나와 일치하지 않는다 스파이웨어 날개 가득 커다란 눈을 그리고 이차원의 수행 희망은 사납다 2 절망은 옹기종기 산맥은 빛난다 머루 구름 먹는 밤 바람의 목줄을 풀어주다 희망은 사납다 로드킬 억새가 흔들려서 시간의 띠를 뒤집어 추억에 붙여놓은 건 누구인가 연필 집 자동 이체 된 봄이 오는지, 가는지 낭가파르바트 물음표가 방울방울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가방 콘택트 옹이 너를 기다리던 별 하나 기다림 기다림 2 미루나무 백담사 성에 청어 손을 뻗는 참나무 기왓장 어깃장 응달로만 걸었다 갈림길 사라진 양파 슬픔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수면 깨우기 겨울 강 황태 난곡(難谷) 풍자를 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