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애연 작가가 두 번째로 펴내는 소설집으로 8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그 가운데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 3편은 작가의 친할아버지 형제의 삶을 소설화한 전기 소설이다.「피할 수 없는 길」은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여자의 ‘피할 수 없는 길’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여장부였던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온갖 험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영면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치열하게 보여주어 인간의 삶에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홀로 가는 길 영면永眠」은 독서 모임에 만난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병약한 몸에 목이 돌아가는 ‘근 긴장 이상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송이는 안락사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위암4기 남자와 함께 안락사를 하려고 스위스로 출발하고, 그런 그녀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던 서연은 이혼녀라는 문신을 가슴에 새긴 채 어떤 사랑에도 빠져들지 못하고 외롭게 살다가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돌연사한다. 알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묘사하면서,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연애는 신기루」의 유라는 비혼주의자이다. 언제 봐도 에너지 넘치는 건강 미인인 그녀는 책을 출간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 영화를 만들고, 주연배우로 출연까지 한다. 그런 유라가 비혼주의로 사는 것은 남편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집착 때문에 우울하게 살다 간 어머니의 일생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변기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정신을 잃었다 간신히 살아난 유라는 그 후로 지독한 돌연사 트라우마로 시달리다가 ‘작가 블로그’ 강철민을 만나 그의 정성과 사랑에 감복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울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어 헤어진다. 강철민을 위해 작별을 선택한 유라가 마지막으로 뱉은 “신기루였을 뿐이야. 나처럼 자기애가 강한 여자는 결혼보다는 비혼이 더 적합해” 하는 독백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삶에 대한 동경의 뜨거움과, 자신을 처절하게 들여다보는 차가운 인식을 가진 유라의 이중적 시선이 만들어내는 아우라의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결혼을 부탁해요」는 결혼정보회사 중매의 달인 김나래 팀장의 일상과 우리 시대의 결혼 풍속을 그리고 있는 세태소설이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음화로도 읽힌다.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은 전주 이씨 정종의 아들 덕천군의 21대 손 작가의 가문 역사 중에서 최근 6대에 걸친 150년 동안의 스토리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한 가문이 이룬 부와 탄생과 소멸에 대한 흥망성쇠를 그리면서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선각자적인 업적을 남긴 빛나는 DNA의 자긍심을 되찾고 느끼는 장면이 아름답게 와 닿는다. 표제작인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추리 기법으로 재구성하고, 여러 가지 소설적 장치를 이용하여 허구로 만든 이야기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소설이다. 영화 시라니오처럼 선명하고 구체적인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애연 작가의 소설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는 일상에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몸의 언어를 통해 삶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치매에 걸리고, 희귀병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돌연사 트라우에 시달리고, 좋은 가문과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고,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거부가 되고, 쇠락한 집안의 구성원이고, 한강에서 실종되었다가 사체로 발견된 몸과 욕망 등을 소재로 다루면서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몸의 언어를 응시한다. 그러면서 그 행위들이 지닌 단순한 원초적 속성을 통해 인간 삶에 대한 내밀한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애연 작가가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에서 응시하는 몸의 언어에는 제도화된 위선에 대한 위악과 냉소가 깔려 있지만, 또한 우리들 삶의 윤리적인 지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발랄하면서도 고상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