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월, 이오덕은 권정생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에는 삶과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값, 연탄값 걱정부터 읽고 있는 책 이야기, 혼자 잠 못 드는 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목차
1973년~1975년 바람처럼 오셨다가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1973년 1월 30일) 선생님을 알게 되어 이젠 외롭지도 않습니다(1973년 3월 14일) 밀가루를 반죽해서 쑥 나물 부치개를 구워 먹었습니다(1973년 4월 22일) 저는 된장이고 맨밥이고 있는 대로 잘 먹거든요(1973년 4월 30일) 원고료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으니 책이나 좀 얻도록 하겠습니다(1974년 1월 17일) 원고료 만 원 부칩니다(1974년 4월 3일)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1974년 4월 9일) 이런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1974년 11월 23일) 이제야 친구가 어떤 것인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1975년 4월 9일)
1976년~1981년 혹시 만나 뵐까 싶어 정류소에서 서성거려 보았습니다(1976년 5월 31일) 평론 쓰는 자세, 받아들이는 자세 같은 것도 생각해 보렵니다(1976년 7월 9일) 몇 해 동안 구상해 오던 동화의 서두가 열려서, 죽음을 무릅쓰고 써야겠습니다(1976년 12월 24일) 글을 씀으로써 모든 불순한 것들에 저항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1977년 1월 14일) 새벽종을 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합니다(1978년 2월 21일)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바람과 세계입니다(1979년 6월 5일) 괴로운 일, 슬픈 일이 많아도 하늘 쳐다보고 살아갑시다(1979년 8월 10일)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1981년 8월 26일)
1982년~2002년 교회 앞으로 지나다니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 봤습니다(1982년 9월 23일) 혼자 계시고 싶다 했지요? 나도 그래요(1982년 11월 23일) ‘몽실 언니’는 계속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1983년 2월 2일) 전 형도 보고 싶고, 안동에 가고 싶은 생각 간절합니다(1983년 9월 29일) 인세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쑥스럽고 이상합니다(1984년 5월 11일) 노동자들 작품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놀랐습니다(1984년 12월 28일) 남들은 권 선생님의 아픈 몸을 속속들이는 모릅니다(1988년 1월 31일) “똑 까서 입에 넣어 주는” 듯한 글입니다(1989년 11월 14일) 저도 병들어 돌아다니면서 일할 몸은 안 됩니다(2002년 11월 22일) 이제야 세상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2002년 11월 28일)